프랑스 음주 문화 & 와인 테이스팅

프랑스인들에게 와인이란

프랑스는 한국 못지 않게 술을 좋아하는 나라다. 와인을 대표하는 나라에 걸맞게, 식사에 곁들이는 음주를 즐기고 또 자연스럽다. 한국은 맛있는 음식에 소주나 막걸리와 같은 반주를 곁들인다면, 프랑스에서는 와인이 이를 대신한다. 특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주문한 음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는 것이 기본적이다. 이렇듯 프랑스에서 와인은 음식과 늘 함께 한다. 그렇기에 프랑스에 방문하면 프랑스인들처럼 맛있는 와인과 함께 프랑스의 미식을 즐겨보고자 할 것이지만, 프랑스의 음주문화를 잘 알지못해 망설여진다면. 그런 당신을 위해, 이번 기사에서는 프랑스 음주문화와 와인 테이스팅에 관해 설명한다.

 

아페리티프

아페리티프 프랑스

프랑스의 음주 문화를 먼저 알아보자.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에는 ‘식전주’ 문화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아페리티프(Apéritif)’ 라고 부르는데, 참고로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Aperitivo)’와 같은 맥락이다. 아페리티프, 캐주얼하게는 아페로는 주로 퇴근 후 해피아워 시간대에 갖는 식사 전 간단한 술자리로, 본격적인 식사 전에 식욕을 돋구기 위해 식전주와 간단한 핑거푸드를 즐기는 것이다. 유럽은 한국에 비해 저녁 식사 시간이 8-10시로 느린 편이기에, 저녁 식사 전 허기를 달래고 하루의 피로를 달래기 위한 시간이다. 아페로의 대표적인 술은 주로 키르(와인 베이스 칵테일), 릴레, 파스티스, 샴페인 등이 있다. 이러한 술과 함께 잘 어울리는 소시송, 치즈 플레이트 혹은 견과류, 올리브, 감자칩 등의 스낵류나 간단한 치케티를 함께 먹는다. 그리고 저녁식사 후에는 '디제스티프(digestif)’라 부르는 식후주도 있는데, 이는 식후 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코냑, 아르마냑, 칼바도스, 제네피, 오드비 등 35도 이상의 독한 술로 긴 저녁식사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아페리티프 식전주 어원

아페리티프는 ‘열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Aperire에서 파생된 단어로, 식전주의 유래는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는 식욕을 잃은 환자에게 화이트 와인에 허브를 넣어 약으로 처방했는데, 쓴맛과 허브의 산뜻한 향은 식욕을 불러일으켰다고. 그래서 본격적인 저녁 식사 전에 식욕을 돋구기 위함으로 식전주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음주문화

프랑스는 식사와 함께 하는 음주가 자연스러우며 하루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즐거움이다. 취하는 것보다 술은 ‘즐기는 것’이라 생각하는 만큼 프랑스에서는 음주 매너가 중요한 편. 그래서 술에 취한 사람을 좋게 보지 않으니 주의하길.

프랑스 와인 매너

일반적인 매너로는 식사 중 와인을 마실 때 본인이 직접 따르면 안되며 와인을 달라고 얘기하거나 눈치를 주는 것도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 식당 주인이 따라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대신에 주인은 손님의 잔이 비면 빨리 잔을 채워주는 것이 매너다. 식당이 아닌 경우에도, 만약 프랑스 친구에게 식사 초대를 받았다면 스스로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워서도 안되며 다른 이의 잔이 비었는데 그대로 둬서도 안 된다. 또한, 건배 대신 프랑스에서는 '친친'을 외치며, 건배할 때 서로의 눈을 꼭 마주보아야 하고 많은 이들이 있는 경우 서로의 팔이 교차되어서도 안된다.

 

프랑스인들에게 와인이란

프랑스 와인

저렴하고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서민의 술, 한국에 소주가 있다면 프랑스인들에게는 와인이다. 프랑스 마트에서는 한국 소주가격에 와인을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와인은 프랑스인들에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삶에 위로를 주는 서민술이다.

테루아 뜻

프랑스의 모든 와인은 특정 테루아와 연결되어 있다. “테루아 Terroir”는 특정 지역에 소속되어 땅, 흙, 기후, 전통 등과 같은 요소들을 공유하는 포도 와인밭들을 의미한다. 테루아는 와인 포도를 생산하기 위한 모든 요소들을 공유한다. 프랑스에는 알자스 지방, 보르도, 버건디, 프로방스 등을 포함해 100개가 넘는 와인 테루아가 있다. 알자스는 드라이하면서 달콤한 높은 품질의 와인으로 유명하며, 보르도는 프랑스와인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와인을 생산해내고 있다.

아펠라시옹 세파지 와인용어

또한, ‘아펠라시옹(appellations)’과 ‘세파지(cépages)’라는 단어를 알고 있으면 프랑스 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아펠라시옹은 법적으로 지정되고 보호받은 와인 지역을 의미한다. 그래서 아마 프랑스 와인에서 ‘AOP’가 쓰여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의 줄임말로, 공식적으로 인증된 프랑스 땅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샴페인, 보르도, 버건디 와인들이 이에 해당한다. 세파지는 해당 와인에 사용된 포도 품종을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멜롯merlot, grenache누아,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누아 등이 있다.

와인 산업 프랑스

프랑스 와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프랑스에서 와인 산업은 국가 산업이라할 만큼 창출하는 일자리의 규모와 그 경제적 효과가 크다. 직간접적으로 약 50만개의 일자리가 와인 산업에서 만들어지며, 프랑스내 항공산업 다음인 두번째로 경제에 기여한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화장품 산업을 앞서는 것이다. 그만큼 프랑스인들에게 중요한 와인, 이 와인 테이스팅에 관해 알아보자.

 

와인 테이스팅

프랑스 와인 테이스팅

와인의 나라 프랑스, 프랑스에서는 높은 품질의 와인들을 보다 쉽게 맛볼 수 있으며 수준 높은  테이스팅 수업도 제공하고 있다. 전문 소믈리에의 와인 강의를 들으며 와인 시음을 할 수 있고, 프랑스 각 지역의 와인을 맛보고 감별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어제 먹은 와인의 맛을 다른 사람한테 설명해주고 싶은데, 맛도 명확히 기억나지 않고 어떻게 맛을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와인 테이스팅 방법을 배워보자. 와인 테이스팅은 와인을 맛볼 때, 해당 와인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는데 도움을 주는 절차다. 즉, 시각적, 후각적, 미각적으로 분석하여 느낀 점을 언어로써 명확하게 표현해내는 것이다. 이 절차를 알게되면 와인 시음 후 결과적으로 이 와인의 균형이 잘 잡혀있는지, 나의 취향에 잘 맞는지 등을 판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와인 테이스팅 세가지 기본 요소

와인 테이스팅에는 세가지 기본 요소가 있다. 색, 향, 맛. 이 세가지만 잘 기억하고 용어를 알아둔다면 어제 먹은 와인을 멋지게 소개하는데 충분할 것이다.

 

1

와인의 색

먼저, 와인 잔의 반이 넘지 않게 와인을 따르고, 글라스의 다리를 잡고 볼에 비친 와인의 색을 보자. 와인이 맑은지 뿌연지 먼저 확인하는데, 와인이 뿌옇다면 오래되었거나 보관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와인의 색 와인 눈물 뜻

그리고 와인 잔을 돌린다. 와인이 잔의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것을 와인의 ‘눈물’ 혹은 ‘다리’라 부르는데, 이 현상을 기브스-마란고니 효과(Gibbs-Marangoni Effect)라 부른다. 와인의 눈물 자국이 더 많을수록 와인에 함유된 알코올 농도가 높다는 뜻.

2

와인의 향

와인의 향

와인 잔을 돌리게 되면 와인이 공기와 접촉되며 잠재된 향이 더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 와인 잔을 돌리기 전에 한번 향을 맡아보고, 돌린 후 달라진 향도 맡아보자. 향은 보통 과일, 허브, 오크, 흙향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3

와인의 맛

와인 맛

이제 향까지 맡았다면, 맛을 보자. 와인을 삼키기 전 입안에서 충분히 음미하며 맛을 느껴보자. 맛은 보통 단맛, 탄닌(드라이), 신맛, 바디감(강도)로 표현한다. 와인의 달콤함은 포도의 발효작용 후 잔여물에서 나오는데, 이를 RS(Residual Sugar)라 부른다. 달콤함이 적은 와인은 더 높은 신맛을 갖고 있다. 바디감은 입안에 머금었을 때 무게감 정도로, 라이트, 미디엄, 풀 바디로 나눈다. 바디감은 알코올 함량에 영향을 받는데, 알콜 함량이 높을수록 점성이 강해져 바디감이 풍부하다.

좋은 와인일수록 잔향이 오래 남는다. 이를 피니쉬(Finish)라 하는데, 입안에서 오래 여운이 남을수록 훌륭한 와인으로 인정하며, 이 여운은 다른 술이나 음료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이기에 와인 테이스팅의 최고의 순간이라도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나만의 와인 찾기

이제 와인 테이스팅 용어도 배웠으니, 당신의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와인을 프랑스에서 찾아보자.

Caviste 와인 상점 프랑스 레스토랑 와인

“Caviste”이라 부르는 와인 상점에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프랑스인들은 보통 이곳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와인을 구매하는 편이다. 이 상점의 주인은 보통 와인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진 이들로, 당신에게 완벽하게 맞는 와인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곳이 아니더라도 일반 수퍼마켓에서도 충분히 좋은 와인을 찾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어느 수퍼마켓이건 아주 많은 와인 설렉션을 제공한다. 프랑스인들은 보통 5유로에서 15유로 사이 와인을 구입하는데, 이정도 가격대가 가장 적당하고 좋은 와인을 찾기 쉽다. 그 이하 버짓은 추천하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신다면, 병 전체를 주문할 수도 있지만 한잔만 주문할 수도 있다. 혼자나 둘이서 간다면 잔으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불필요하게 남기지 않을 수 있을 뿐더러 두가지 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3명 이상이 함께 간다면 병으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셋 이상이라면 각자 두세잔 정도 마시면 금새 한병을 비우게 될테니 말이다. 레스토랑에서 보통 와인 한잔은 4-5유로 정도, 한병은 15유로 정도다.

 

와인 페어링

wine paring

와인은 각각 특별히 잘 어울리는 음식들이 따로 있다. 이렇듯 특정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을 의미하는 ‘와인 페어링’에 관해 알아보자. 와인 페어링에 관해 잘 알고 있다면, 식사를 더욱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완벽한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은 요리의 맛을 한층 더 높여준다. 와인 페어링에 관해 잘 모르는 이들도, 보통 레드와인은 육류, 화이트와인은 흰살 생선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는 것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외에도 음식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들을 소개한다.

레드와인 페어링 음식

먼저, 레드와인은 스테이크와 같은 빨간 육류와 최고의 페어링을 가진다. 소고기는 지방이 풍부하고 레드와인은 타닌으로 인한 떫은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소 느끼할 수 있는 소고기를 레드와인이 잘 잡아준다. 서로 다른 특성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밸런스를 만들어낸다. 스테이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레드와인 품종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진판델, 말벡 등이 있다.

화이트 와인 페어링음식

피노 그리나 소비뇽 블랑과 같은 화이트와인은 대구 등 가볍고 연한 흰살 생선과 잘 어울린다. 반면, 참치나 연어처럼 기름기가 많은 생선은 샤르도네처럼 풀바디감을 자랑하는 화이트와인과 잘 어울린다. 샤르도네는 생선 외에도 보다 연한 닭고기나 돼지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오크 숙성된 샤르도네 특유의 버터리한 맛은 닭, 돼지고기 요리의 풍부한 맛을 끌어내주고, 오크 숙성되지 않은 샤르도네는 이러한 요리를 더 가볍고 리프레시하게 해준다.

로제와인 페어링음식

이외에도, 산지오베제(Sangiovese)는 피자나 파스타처럼 토마토 베이스 음식과 잘 어울리며, 버건디 와인은 채소나 허브가 많이 사용된 채식과 잘 어울린다. 버건디 와인 특유의 섬세한 맛은 버섯, 호박, 바질, 사과, 후추 등의 감칠맛을 더 끌어올려준다. 로제 와인은 치즈와 잘 어울린다.

 

지금까지 프랑스의 음주문화와 와인 테이스팅에 관해 알아보았다. 프랑스는 한국 못지 않게 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나라다. 프랑스에 방문하게 된다면, 위의 글을 참고하여 프랑스인들처럼 와인을 즐겨보자. 맛볼수록 달라지는 신비한 와인의 맛은 알게되면 더 빠져들게 될 것이니까.


글 : 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