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가장 파리다운 곳을 찾고 있다면, 답은 언제나 마레 지구(Le Marais)이다. 마레지구는 파리라는 도시가 가진 가장 파리다운 얼굴을 보여주는 곳이다. 덕분에 여행객은 물론 파리지앵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마레의 진짜 매력을 온전히 발견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골목 구석구석에 보석 같은 공간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마레 지구를 완벽하게 즐기기 위한 핵심 팁을 소개한다. 마레에서의 완벽한 하루를 위한 추천 코스부터 쇼핑, 미식, 그리고 볼거리까지 마레의 모든 것을 담았다.
마레지구에 와서 쇼핑을 안 하고 간다는 건 프랑스에 와서 루브르에 가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쇼핑은 마레지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양한 해외 브랜드부터 프랑스 브랜드까지 여러 브랜드 스토어들이 집합해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꼭 가 봐야 할 가게들을 엄선했다.

진정한 프랑스 패션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컨셉 스토어인 A L'O 1905 파리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마레 지구의 한적한 골목 모퉁이에 조용히 자리 잡은 이 미니멀한 부티크는 평생 입을 수 있는 옷을 찾는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흔한 대형 브랜드나 복잡한 쇼핑가와는 거리가 멀다. 장인정신에 기반을 둔 프랑스 로컬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링크를 클릭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기를 바란다.
알로 A L'O 1905 Paris
주소: 92 Rue de Turenne, 75003 Paris
영업시간: 수요일~토요일 11:30 - 19:30 (월,화,일 휴무)

마레 지구의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편집샵, 메르시. 트렌디한 영감으로 가득 찬 메르시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 제품, 옷, 액세서리, 주방 도구 등 여러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제품으로는 메르시 에코백과 작은 메달이 달린 팔찌가 있는데, 기념품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메르시 MERCI
주소 : 111 Boulevard Beaumarchais, 75003 Paris
오픈 시간 : 월요일-수요일 10:30-19:30/ 목요일-금요일 10:30-20:00/ 토요일 10:00-20:00/ 일요일 10:00-19:30
마레 지구의 독특한 패션 문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이 바로 '킬로 샵'이다. 이곳에서는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빈티지 아이템들을 착한 가격에 득템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브랜드가 아닌 옷의 무게에 따라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스타일리시한 프랑스 패션 피플들이 보물찾기를 하듯 빈티지 의류를 고르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킬로샵 KILO SHOP
주소 : 69-71 Rue de la Verrerie, 75004 Paris
오픈 시간 : 월요일-토요일 11:00-19:30/ 일요일 14:00-19:30
마레에는 먹어봐야 할 것이 워낙 많아 무엇을 먹어봐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오봉파리에서 추천하는 꼭 먹어 봐야 할 음식들을 소개한다.
파리지앵의 아침 식사처럼 크루아상(Croissant)이나 뺑 오 쇼콜라(Pain au chocolat)로 하루를 시작해 보자.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마레 지구의 개방성과 유머 감각을 상징하는 베이커리인 "Legay Choc"을 추천한다. 이곳의 대다수 빵과 페이스트리는 매우 특별한(성기 모양의) 형태로 구워진다. 1970년대부터 마레 지구가 성소수자(LGBT) 커뮤니티의 안식처가 되면서, 이들이 모여 게이 프렌들리 구역을 형성한 역사적 배경과 유쾌하게 맞닿아 있는 곳이다.
르게이 쇼크 LEGAY CHOC
주소 : 45 Rue Sainte-Croix de la Bretonnerie, 75004 Paris
오픈 시간 : 월, 수-일 06:30-20:00 / 화요일 휴무
점심으로는 유대인 음식인 팔라펠을 추천한다. 팔라펠은 유대식 베지테리안 샌드위치로 튀긴 병아리콩과 여러 야채가 들어 있다. 여러 가게 중 라스 뒤 팔라펠이라는 가게가 제일 유명하며 보통 30분 정도 줄을 서야 먹어볼 수 있다. 좀 더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싶다면, “레 빵스 Les Pinces” (랍스터, 스테이크 전문점) 또는 “오 부르고뉴 뒤 마레 au Bourguignon du Marais” 에서 프랑스 요리의 터줏대감인 부르고뉴 지방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라스 뒤 팔라펠 L'AS DU FALLAFEL
주소 : 34 Rue des Rosiers, 75004 Paris
오픈 시간 : 일요일-목요일 11:00-23:00 / 금요일 11:00-15:30 / 토요일 휴무
오후 티타임에는 보주 광장(Place des Vosges)의 고풍스러운 아케이드 안에 위치한 유서 깊은 티하우스인 '카레트'를 추천한다. 고전적인 풍의 건물에서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가 매력적이지만, 가격대는 다소 높은 편이다. 만약 가볍게 디저트를 즐기고 싶다면 주변에 위치한 바실(Bachir), 포제토(Pozzetto), 라 글라세리(La Glacerie) 같은 유명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오봉 파리의 해당 아티클에서 정확한 정보를 찾아가길 바란다.
까레트 CARETTE
주소 : 25 Place des Vosges, 75003 Paris
오픈 시간 : 매일 7:30-23:30

파리의 가장 핫한 카페를 가보고 싶다면 부트 카페를 추천한다. 편집샵 메르시 근처에 작게 숨겨져 있는 카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매우 유명한 카페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간판에 "CORDONNERIE" 라고 적혀 있는데, 불어로는 구두 수선소라는 뜻이다. 훌륭한 퀄리티의 커피와 차, 간단한 베이커리를 선보이며, 친절한 직원들과 예쁜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덕분에 파리지앵 특유의 예술적 아우라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부트 카페 BOOT CAFE
주소 : 19 Rue du Pont aux Choux, 75003 Paris
오픈 시간 : 월요일-수요일 9:00 - 16:00/ 목요일-토요일 10:00 - 17:30/ 일요일 10:00 - 17:00
마레 지구는 발길이 닿는 모든 모퉁이가 흥미롭다. 이는 이 동네가 가진 깊은 역사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레 지구의 정체성을 알고 이 거리를 거닐면 풍경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마레 Marais”는 불어로 늪이라는 뜻이다. 12세기까지만 해도 마레지구는 거대한 늪지대였다. 당시 파리의 경계는 마레 직전에서 끝났는데, 샤를마뉴 거리(rue Charlemagne)에 가 보면 당시에 세워졌던 12세기 성벽의 일부가 기적적으로 보존되어 있다. 당시 파리 인구가 고작 6만 명 안팎이었던 시절의 작은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마레지구는 본격적으로 16, 17세기에 가장 발전했다. 앙리 4세가 마레 지구를 정치·경제적 중심지로 변화시키며 왕정 행정의 핵심인 보주 광장(Place des Vosges)을 건설했다. 오늘날 보주 광장의 정원은 여름철 파리지앵들이 잔디밭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최고의 힐링 스팟이다. 마레 지구의 건물 대부분이 이 시기에 지어졌는데, 19세기 중반 오스만(Haussmann) 남작의 대대적인 파리 개조 사업 속에서도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오늘날 독보적인 건축미를 자랑한다.

보주 광장을 방문한다면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낙서'를 찾아보자. 보주 광장 11번지 기둥에는 1764년 '니콜라(Nicolas)'라는 인물이 새겨 놓은 낙서가 남아 있다. 스프레이가 없던 시절, 돌에 정성껏 새겨 넣은 아날로그 감성을 엿볼 수 있다.
황금기 시절 마레지구는 귀족과 엘리트 집단의 주요 거주지였다. 파리 부유층 사람들은 각자 “Hôtel Particulier”이라고 하는 저택을 가지고 있었다. 몇몇 저택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데, 예를 들어 상스 저택 Hôtel de Sens 또는 쉴리 저택 Hôtel de Sully가 있다.
18~19세기에 이르러 귀족들이 파리의 다른 구역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면서 마레 지구는 점차 서민들의 동네가 되었다. 하지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나 유대인들이 마레지구에 대거 정착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유대인이 나치에 의해 희생되는 비극을 겪었지만, 마레 지구는 여전히 파리 유대인 커뮤니티의 중심이다. 특히 'Rue des Rosiers(장미 골목)' 주변에는 유대인 상점과 식당이 즐비하며, 파베 거리(rue Pavée) 10번지에서는 아름다운 아구다스 하케힐로스 시나고그(Sysnagogue, 유대교 회당)도 감상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로 마레지구는 파리의 예술, 패션의 중심이 되었는데 많은 아티스트, 디자이너들이 컨셉 스토어를 열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마레지구로 재탄생되었다. 예술을 사랑한다면 파리의 역사를 담은 카르나발레 미술관(Musée Carnavalet)이나 피카소 미술관(Musée Picasso)은 필수 코스다. 특히 피카소 미술관은 17세기 대저택인 오텔 살레(Hôtel Salé)를 개조해 거장의 작품 수천 점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마레에서 가 봐야 할 생 자크 탑(Tour Saint-Jacques)을 소개한다. 마레 지구를 지나가는 사람들 중 탑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많겠지만 정작 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 때,16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교회의 시계탑으로 54미터의 높이며 파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뷰를 자랑한다. (단, 현재는 보수 공사로 인해 잠시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마레 지구를 걷다 보면 어디서나 감각적인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를 마주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거리 예술가 '인베이더(Invader)'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본명이 프랑크 슬라마(Frank Slama)인 이 아티스트는 지난 20년간 세라믹 타일을 이용해 픽셀 형태의 외계인과 동물 모자이크를 파리 전역에 새겨 놓았다. '플래시인베이더(Flashinvaders)'라는 전용 앱을 다운받아 거리의 모자이크를 스캔하면 게임처럼 포인트를 쌓을 수 있으니, 마레의 골목길을 걸으며 나만의 보물찾기를 즐겨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글 : 이정윤
사진 : 오봉파리팀